1. 배 경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보낸 후 고린도 교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바울의 사도 직분을 부인하면서 교회가 시끄러워진 것이다. 바울은 이 소식을 디모데에게서 전해 듣고 디도를 고린도에 보내어 교회를 안정시키고 또 예루살렘에 보내기로 한 헌금도 처리하게 하려고 하였다. 일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바울은 에베소에서 궁금하게 디도를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하여 더욱 근심하게 되었다. 마침내 바울은 에베소를 떠나 드로아로 갔으며, 마게도냐 지방에 이르러서야 반갑게 디도를 만날 수가 있었다. 거기서 바울이 디도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은 고린도 교인들이 거의 다 바울의 말씀을 잘 받아들였다는 기쁜소식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거짓 선지자들이 방해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에 바울은 말씀을 잘 받아들인 교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며, 거짓 선지자들을 경고하기를 원했다. 또한 자신이 사도의 직분을 어떻게 귀하게 지켰으며 어떻게 모든 어려움을 감당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고린도 교회 교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눈물로 본서신을 썼다.
2. 내 용
① 바울 자신의 사역에 대한 설명(1~7장), ②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헌금에 대한 권고(8~9장), ③ 사도권에 대한 바울 자신의 변증(10~13장) 등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바울 자신의 사역에 대한 설명 (1~7장)
바울은 고린도교회와 아가야의 모든 성도들에 대해 문안인사를 한 후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 다음 그는 자신과 고린도교회 교인들 사이에 발생한 오해를 해명한다. 본래 바울의 계획은 고린도에 갔다가 마게도냐를 거쳐서 다시 고린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1:15~16).
그러나 이 계획이 변경됨으로 바울의 적대자들은 바울이 진실치 못하다고 비난하였으며, 사도직까지 불신하였다. 이에 바울은 자신의 여행계획이 변경된 이유를 설명한다. 즉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적대시 한 자들을 직접 만나서 혹독하게 대하면 상처를 받을까봐 고린도 교회의 방문을 연기하고 대신에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한다(1:12~2:4). 또한 그는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교회를 근심에 빠지게 한 바울의 적대자들을 오히려 사랑으로 대하라고 권면한다(2:5~11).특히 바울은 3장에서 자신의 사도직이 사람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에게서 난 것임을 강조한다. 즉 바울은 우선 자신이 사도들의 추천서를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도권을 부인하는 자들을 향해 바울의 전도의 열매인 고린도교회 교인들 자체가 자신의 사도권을 입증하는 그리스도의 편지요 추천서임을 밝힌다(3:1~3). 또한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께서 친히 새 언약의 일꾼으로 세우신 것과 복음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자신의 직분(새 언약의 직분)이 구약시대 율법을 맡은 모세의 직분보다 더 영광스러운 것임을 강조한다(3:4~18). 하지만 바울은 자신이 연약한 질그릇 같은 존재임을 안다. 하지만 그 속에 보배가 있기 때문에 핍박이나 우겨싸임을 당해도 낙심하지 않고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4장).
특히 그는 비록 육신은 썩어져 사라진다 하더라도 하늘의 장막, 즉 영광스러운 부활체를 덧입을 것을 사모하면서 고난 중에도 담대함으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5:1~10). 바울은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자신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하나님의 화해의 역사를 통해 주어진 새 창조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당부한다. 그것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인간의 화목을 성취하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인간은 누구나 새로운 피조물이요, 세상을 하나님과 화목시켜야 할 화해의 직책을 받았기 때문이다(5:16~20). 이러한 관점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오해를 시정하고, 넓은 마음으로 용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화해에 대한 이러한 바울의 권고가 자칫 복음을 거역하는 불신자들과의 동화를 부추기는 말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같이 하지 않는 구별된 삶을 살 것을 강조한다(6장). 이어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전하면서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을 영접할 것을 다시 요청한다(7:2~4). 또한 편지를 통해서 그들이 회개함에 이르게 된 것을 기뻐한다고 고백한다(7:8~9).
2)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헌금에 대한 권고 (8~9장)
바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마게도냐교회 교인들의 자발적이고 풍성한 연보의 예를 들면서(8:1~5), 고린도 교인들이 적극 동참함으로 그들의 약속을 지킬 것을 호소한다(8:6~15). 그리고 그 일을 위해 디도와 한 동역자를 소개하며 추천한다(8:16~24). 무엇보다 바울은 마게도냐 교회에게 고린도교회의 모범을 소개하여 그들이 구제사업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고 말하면서 고린도교회의 모범을 자랑한 것이 헛되어 자신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고 복 주신다는 헌금의 원리를 이야기하면서 자발적이고 준비된 연보를 할 것을 격려한다(9:5~15).
3) 사도권에 대한 바울 자신의 변증 (10~13장)
본 단락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로 침투한 자들이 다른 예수와 다른 복음을 전하며, 또한 바울의 사도권을 부인하는 자들에게 아주 격렬한 어조로 자신의 사도권을 변호한다. 바울의 적대자들은 바울을 끊임없이 헐뜯었다. 첫째, 그들은 바울이 육체대로 행하는 자라고 비방했다. 이에 대해 바울은 자신이 결코 육신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행한 것임을 변호한다(10:1~6). 둘째, 그들은 바울의 외모는 볼품이 없으며(10:7), 편지로 쓸 때는 권위를 내세우지만 대면하여 말할 때는 약하고 말이 시원치 않다고 비난하면서(10:10),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자랑했다(10:12). 이에 바울은 주님께서 주신 사도직을 자랑하면서 오직 주안에서 자랑해야 한다고 말한다(10:17). 셋째, 적들은 바울이 고린도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자비량 선교한 것은 고린도 교인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공격한다(11:7, 11). 이에 바울은 자신이 사례를 받지 않은 것은 오직 고린도 교회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적들의 공격에 맞서서 바울은 진정한 사도의 기준을 밝힌다. 그것은 아름다운 외모, 훌륭한 말솜씨, 많은 사례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복음을 위하여 얼마나 자기를 희생하고 고난을 기꺼이 받았느냐는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사도로서 받아야 했던 수많은 고난의 목록을 부득이한 자랑으로 제시함(11:23~27)으로써 적들의 비방을 견제한다.
한편 그는 자신이 셋째 하늘에 올라간 영적인 신비한 체험(12:1~6)을 말해야 했는데, 그것은 적들이 바울이 영적 신비체험이 없는 자라고 공격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바울은 인간적인 능력을 자랑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 즉 '육신의 가시’ (12:7)를 자랑한다. 또한 자신이 고린도교회를 방문하면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죄를 범한 자들에게 단호한 처벌이 있을 것인데, 그럴 필요가 없도록 미리 회개할 것을 권고한다(12:14~13:10). 그리고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기뻐할 것을 권고한 후 축도로 글을 맺는다(13:11~14).
3. 메시지
고린도후서의 관심의 초점과 신학적 주제의 핵심은 한 마디로 ‘누가 진정한 사도인가?'하는 것이다. 이 물음을 둘러싼 바울과 그의 적들과의 논쟁이 고린도후서 전체에 흐르고 있다. 그러면 고린도후서에 나타난 바울의 적들은 누구인가? 바울의 적대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출신의 사람들이었는지 잘 모른다. 다만 본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은 유대적 배경을 가진 자들로 보인다. 즉 그들은 고린도교회 출신은 아니고 교회 바깥(팔레스타인)에서 고린도교회 안으로 들어왔으며(11:4), 자신들만을 예수 그리스도의 진실한 사도로 내세웠다(10:7, 11:5,13;12:11). 그럼으로써 그들은 바울이 사도라는 점을 부정했고(10:6, 10), 바울이 여행 계획을 실천하지 않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고, 또 헌금을 통하여 치부한 탐욕스런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그들은 말을 잘하는 재능의 소유자들이었으며(11:6),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받았다(11:7,20).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계시를 받았다고 자랑했으며(12:1~6), 바울과는 다른 복음을 전했다(11:4).
그러면 이러한 적대자들에 맞서서 바울이 제시한 진정한 사도상은 무엇인가? 바울은 적대자들의 비난에 대해서 본서신의 서두에서부터 자신을 변호하며(1:12~2:1), 자신의 사도의 직분의 본질에 관하여 설명한다(2:14~7:14). 즉 하나님에 의해서 바울에게 주어진 사도적 직분은 분명 영광스러운 것이지만(3:7~4:6), 동시에 그것은 고난을 동반한 것이기도 하다(4:7~5:10).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고난을 통해서 영광스러운 사도의 직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사도 바울은 고난 속에서도 자신이 예수께 결합되어 있음을 알았다. 즉 예수의 능력이 사도바울 자신에게 나타나며, 바로 그 능력 때문에 고난의 체험을 극복하게 해 주었다고 고백한다(4:7~12, 6:4~10, 11:23~29).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가? 그것은 한 마디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께서 사도바울 자신의 연약함 속에서 능력으로 나타나셔서 역사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도로서(2:16~17, 3:5~6) 바울이 전한 복음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과 인간과의 화해이다(5:11~21). 사도의 직분은 사람들에게 이 화해의 사건을 전파하고, 이 화해를 받아들이도록 촉구하는 것이다(5:19~21). 한편 하나님의 은혜가 사도와 교회의 현실적인 삶을 결정한다. 사도는 그의 교회를 위하여 살며(5:13, 11:28~29), 그 교회를 재림하시는 예수그리스도께로 안내하기를 원한다(11:2). 이것이 바로 사도바울이 말하는 진정한 사도상이다. 바울이 말한 진정한 사도상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도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화해사건을 말씀으로 선포하는 사람이며, 어느 경우에도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복음을 위하여 온갖 박해와 고난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면에서 바울이야말로 진정한 사도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라고 하겠다.
4. 적용
오늘날 사도의 직함은 사라졌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해하고 하나님의 자녀 된 그리스도인들은 초대교회의 사도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며, 죽어가는 영혼들을 바라보며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화해의 복음을 전하고 복음과 함께 고난받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 이 세상 모든 민족이 주께로 돌아와 주님을 경배하는 영광의 날,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많을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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